2013년 8월 2일 금요일

길. 풍경

내가 이 길을 걷는다고 하는 것은 바로 내가 이 길의 역사에 편입되는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땅에 사는 사람들에게 가장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면서도 의미 깊은 일인 것이다.
만약 세대간 단절이 더 중요하다면 땅의 역사를 각별하게 다룰 필요가 없다. 길을 의미 깊은 그림일기라고 부르는 이유는
어떤 길목에서 할아버지가 보던 풍경을 똑같이 아버지가 바라보았고, 나 또한 같은 풍경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위대한 사건이자 역사다. 동일한 풍경을 동일한 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길은 풍경을 기록하고 보존한다. 길은 풍경을 저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홈 파인 레코드판이 소리를 저장하듯 말이다.
그래서 사회하가, 인류학자들은 이렇게 오래된 길들을 그림일기 (Figurative Journal)라고 부르는 것이다.

정기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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