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3월 23일 월요일

소소한 코로나 바이러스 이야기 (모든 것이 과거형)

 2020년 1월, 함께 서울에 머물던 생물리학자가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났다고 이야기 했을때 나는 사스나 메르스 같은거구나 라고 하며 집구석에 있던 행안부 자켓을 꺼내입고 전대통령 흉내를 내며 '살려야 한다'며 웃어 넘겼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이 바이러스가 한국에서 창궐하기 전 2월 1일, 나는 서울에서 두바이로 작업을 하러 떠났다. 4월 1일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는 일정이었다. 도착해서 한 첫 미팅에서 최근 나타난 코로나 바이러스라는 것 때문에 중국인들이 두바이에서 불필요한 의심을 받고 있으며 극동아시아계로 생긴 나에게도 염려의 당부를 전했다.

2월 한국에서 감염자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외신, 특히 나 자신은 매일 아침과 저녁을 사태를 돌아보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그리고 약간의 불안한 마음으로 4월 중순에 한국에서 독일로 돌아가는 항공권을 예매하였다. 인천에서 하노이를 경유하여 프랑크푸르트로 들어가는 일정이었다.

3월 초, 나와 갤러리 측은 두바이에서 한국 대신 독일로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재 구입하는데 동의했다. 이스탄불을 경유하여 독일로 돌아가는 터키쉬 항공사를 통해 구매하였다. 두바이에서 서울로 가는 항공권은 환불되지 않아 그대로 두기로 했다.

3월 초, 서울-하노이-프랑크푸르트로 들어가는 항공편이 하루 연기되었다. 하노이 공항에서 1일 반을 지내야하는 레이오버를 포함했다.

3월 12일 저녁 큐레이터에게 걸려온 전화는 아주 차분하게 나의 출국을 종용했고 월요일에는 꼭 두바이를 떠나라는 권고였다. 그날 바로 스튜디오를 철수했다. 금요일과 토요일이 주말인 이슬람국에서 다른 종교가 섭렵한 나라에서 온 사람의 마음은 미어터지게 혼자 바쁘게 돌아갔다.

13일, 3월초에 미리 예매했던 두바이-독일행 비행기표가 취소되었다. (터키에서 유럽발 항공 불허)
14일, 계획한 두바이-독일 에미레이츠 직항 월요일 오전 3시 비행기가 만석이 되었다.
15일 일요일 점심이 되어서야 16일 오후 3시 출발 저녁 7시 도착으로 예약을 시도했으나 불안한 마음에 오전 3시 비행을 지속적으로 문의하여 운이 좋게 예약이 되었다. 이날 저녁 공항으로 가는 길에 함께 지내던 작가의 항공권이 취소되었다. (러시아에서 유럽발 불허)
16일 월요일 새벽 3시에 두바이를 떠나 오전 9시경 독일에 입국하였다. 경계가 그리 삼엄하지는 않았다. 도착 후 6시간 후 독일 국경이 봉쇄되었다.

17일, 두바이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항공편 일정이 하루 연기되었다.
18일, 한국에서 프랑크푸르트로 들어가는 베트남 항공권이 취소되었다. 

두바이에서 급박하게 독일로 돌아오는 일정사이에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 그 사이 만난 많은 사람들은 일방적인 통보로 직장을 잃었다. 대부분은 중소기업이나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었다.
사우디에서 유가를 35달러까지 내리는 바람에 60달러는 되어야 기본 수익을 낼 수 있는 아우의 나라 UAE는 또 다른 시름을 앓게 됐다.
 매일 분 단위로 바뀌는 사정들때문에 사람들은 각자 멘탈바이러스에 시달린다. 보이지 않는 경계가 늘어나고 스스로 격리시키며 봄이 오는 것을 창문 넘어 바라보고있다. 가장 먼저 브렉시트로 경계를 시작한 영국은 사랑하는 이들을 잃는것에 대비하라는 보리스의 말로 사태를 직시하기 시작했다.
오늘도 두바이의 한 프린팅 회사는 다가올 엑스포 홍보책자를 더 집중적으로 뽑아내고 있다.

3월 19일 나는 프라이부르그 근처 젝사우 지역에서 조용히 휴지가 떨어지지나 않을까 하는 걱정을 하며 지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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