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 17일 일요일

바다도 없는데 '최강 해병대'···173척 함정 보유한 이 나라

http://news.joins.com/article/22721891

지난 6일(현지시각) 남미의 볼리비아 수도인 라파스에서 하비에르 사발레타 로페스 국방부 장관이 각종 군수품을 군에게 전달하는 행사가 열렸다. 기후 변화로 일어날지 모르는 자연재해 대비용 군수품이었다. 이 행사엔 볼리비아의 카를로스 브루카베로 민방위부 장관, 하르후리 라다 해군 참모총장이 참석했다. 볼리비아 해군은 자군 웹사이트에 이 소식을 전했다.
 
지난 6일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하비에르 사발레타 로페스 볼리비아 국방부 장관이 각종 군수품을 하르후리 라다 해군 참모총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볼리비아 해군 웹사이트 캡처]
지난 6일 볼리비아 수도 라파스에서 하비에르 사발레타 로페스 볼리비아 국방부 장관이 각종 군수품을 하르후리 라다 해군 참모총장에게 전달하고 있다. [볼리비아 해군 웹사이트 캡처]
 
위 문단에서 이상한 부분이 숨어있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어려운 직위와 부처가 있다. 바로 ‘볼리비아 해군 참모총장’과 ‘볼리비아 해군’이다. 
 
세계 지도를 펼쳐 볼리비아를 찾아보자. 남미 대륙의 중심부에 자리 잡은 볼리비아는 사방이 다른 나라로 둘러싸인 내륙국이다. 페루, 브라질, 파라과이, 아르헨티나, 칠레 등 5개국이 이웃 나라다. 파라과이만이 볼리비아처럼 내륙국이고, 나머지는 태평양과 대서양을 옆에 둔 해양국이다.
 
‘볼리비아 해군’은 1970, 80년대 유행한 ‘월남(베트남) 스키부대’란 드립(농담)처럼 들린다. ‘월남 스키부대’의 의미는 ‘있을 리 없는 것을 있는 것마냥 우긴다’는 것이다.
   
남미 지도. 볼리비아는 지도에서 보듯 사방이 막힌 내륙국이다.
남미 지도. 볼리비아는 지도에서 보듯 사방이 막힌 내륙국이다.
 
그러나 볼리비아에 해군은 마냥 ‘초현실주의 농담’이 아니다. 지금은 바다가 없는 볼리비아지만 한때는 바다와 해군을 가진 해양국이었기 때문이다. 원래 볼리비아는 태평양 연안까지 국토가 있었다. 그러나 1883년 칠레를 상대로 벌인 전쟁(태평양 전쟁)에서 패한 뒤 12만㎢의 영토와 400㎞에 이르는 태평양 연안을 송두리째 뺏겼다.
  
매년 3월 23일은 볼리비아에서 ‘바다의 날(El Dia del Mar)’이다. 이날 볼리비아가 칠레에 패했다. 바다를 넘겨준 치욕을 잊지 말자는 뜻에서 지정됐다.
 
그래서 볼리비아는 안데스 산맥의 티티카카 호수에서 해군을 조련하면서 바다를 되찾을 날을 기다리고 있다. 해발 3812m에 있는 이 호수는 평균 수심 135m에 전체 수면 면적만 8300㎢이다. 볼리비아 해군 본부도 티티카카 호숫가에 있다. 해양 주권을 연구하는 해군 연구소도 지난 4월 만들었다.
 
티티카카 호수를 순찰 중인 볼리비아 해군.
티티카카 호수를 순찰 중인 볼리비아 해군.
  
볼리비아 해군은 엄밀히 말하면 해군이 아니라 호수군이지만 제법 매서운 전력을 갖고 있다. 모두 173척의 함정을 보유하고 있으며 병력은 4800여 명이다. 전투함은 경비정에 불과하다.
  
그러나 볼리비아 해군에겐 남미에서 최강으로 손꼽히는 해병대가 있다. 600명 규모의 볼리비아 해병대는 마약밀매조직 소탕 작전에 여러 번 투입돼 실전 경험도 갖췄다.
 
볼리비아는 아직도 칠레와 관계가 껄끄럽다. 1978년 이래로 단교한 상태다. 또 2013년 4월 바다에 접근할 수 있는 주권을 되돌려달라며 칠레를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소했다. 
 
1879년 칠레와의 전쟁 때 볼리비아와 한편을 이뤘던 페루는 일로라는 항구의 부두 하나를 볼리비아에 99년간 빌려주기로 했다. 볼리비아로선 바다의 한을 조금이나 풀 수 있는 순간이었다.
 


윤석준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내륙국은 국가 발전에서 제한이 많을 수밖에 없다. 바다를 통해 다른 나라와의 교역이 제한되기 때문”이라며 “볼리비아에 바다는 역사적 숙제이자 발전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바다가 없는 해군이 세상엔 제법 많다. 내륙국의 호수나 강을 지키는 수상군을 통틀어 ‘내륙국의 해군’이라고 부른다.
 
볼리비아의 옆 나라 파라과이는 라플라타 강 등의 수송라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해군을 보유하고 있다. 병력은 8950여 명이며 함정은 34척이다. 그 가운데 경비정은 17척이다.
 
파라과이 해군의 기함인 파라과이함. [쉽스파팅닷컴 캡처]
파라과이 해군의 기함인 파라과이함. [쉽스파팅닷컴 캡처]
 
파라과이 해군의 기함은 1931년 이탈리아에서 만든 파라과이 함(856t)이다. 이 함정은 파라과이ㆍ볼리비아 간 무력 분쟁인 차코 전쟁(1932~1935년)에서 맹활약했다. 파라과이의 함정 가운데 1908년 진수한 것도 있으며 1985년 건조함이 가장 최신형이다. 볼리비아처럼 자체 해병대(400명)도 있다.
 
이 밖에 몽골, 라오스, 르완다, 아제르바이잔, 우간다, 중앙아프리카공화국,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등도 해군을 갖고 있다.  
 
몽골 해군의 유일한 함정인 '수흐바타르 3호'.
몽골 해군의 유일한 함정인 '수흐바타르 3호'.
 
이 가운데 몽골 해군은 지구상 가장 작은 해군으로 유명하다. 함정은 한 척이다. 함명은 ‘수흐바타르 3호’다. 수흐바타르는 몽골 공화국의 국부다. 병력은 7명이다. 사령관은 대위다. 몽골 해군은 1997년 민영화됐다. 몽골에서 가장 큰 홉스굴 호수에서 수흐바타르 3호를 띄워 관광객을 태우는 게 주요 임무다.  
 
카자흐스탄 해군은 한국 해군에서 퇴역한 참수리급 고속 초계정 3척을 2006년 1척당 100달러씩에 사들여 카스피해에서 운용했다. 현재는 모두 퇴역됐다.
 
2016년 스위스군이 국산 대신 핀란드제 고속정을 구입하자 스위스 국내 선박회사들이 분노한다는 내용의 스위스 신문 기사.  [Blick 캡처]
2016년 스위스군이 국산 대신 핀란드제 고속정을 구입하자 스위스 국내 선박회사들이 분노한다는 내용의 스위스 신문 기사. [Blick 캡처]
 
말라위, 말리, 부룬디, 세르비아, 스위스, 에티오피아, 우즈베키스탄, 헝가리 등에선 해군이 따로 없고 주로 육군 산하 수상부대로 활동하고 있다.
 
스위스의 경우 육군 공병대 아래 제10 모터보트 중대가 소속돼 있다. 이 중대는 제네바 호수 등 스위스의 주요 호수에서 순찰 작전을 한다. 

[출처: 중앙일보] 바다도 없는데 '최강 해병대'···173척 함정 보유한 이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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