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 7일 목요일
성북구 성북동
2013년 글라스고 인터네셔널 관련 커미션을 받게 되었다.
기간으로 치자면 그 해 말에 받았지만 2014년 작품을 위해 성사되었는데
한국 어느 성북동에 위치한 한 집에 영감을 받아 작업을 하면 좋겠다 하는 것이었다.
스티븐 홀이 지은 이 집은 어느 한 회장님의 별채 아니면 파티장소 아니면 미술관. 쯤이었는데
매번 갈때 마다 먼지하나 없는 집안도 놀랐지만 그 장소가 항상 비워져 있다는게 특이했다.
난 집도 없는데 집을 비워놓는 사람도 있다.
게다가 사람이 살지 않아도 깨끗히 치우는 사람은 있다.
조금 거슬러 올라가면, 한양도성 프로젝트를 진행 할 때였는데
난생처음 성북동에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다 쓰러져 가는 판자집들이 켜켜이 쌓여 그나마 정리되어 있다 하는 곳들은 대세대 연립주택들이 다닥다닥 붙어 서로가 서로의 해를 가리며 화분으로 서로의 땅을 구분짓는 곳이었다.
성북동 회장님의 집으로 다시 돌아와 주변을 둘러보았다.
담장이 워낙 높아서 옆집 사람과 친구하긴 글렀구나 생각했다.
그리고 옛날에 보았던 같은 동 연립주택 주민들은 구름너머 딴 세상에 있는 것 처럼
근처에 느껴지지도 않았다.
그래서 그 주민들에게 물어보았다.
저 멀리 담 높은 성북동에 사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인것 같으냐 물어보았다.
여러가지 답들이 있었는데, 몇가지로 추리면
1. 사업을 하느라 항상 바삐 돌아다니는 회장님
2. 뭔지 모를 우울함에 빠져있는 알콜 중독 사모님
3. 배반과 애증, 복수에 불타는 사장님
4. 영어를 잘 쓰고 국제적인 사모님
5. 꽃꽂이나 시를 쓰며 문화를 즐기는 사모님
6. 도우미가 같이 사는 집
7. 우리가 사는 것과 다르지 않게 사는 사모님
이었다.
이 모두가 사실 tv매체를 통해 접한 자신의 동네 이웃이기 때문에 사실에 근거할리 만무하다.
뭐 그렇게 살 것이다 짐작해본다.
이렇게 우리는 미디어로 동네를 만들어 가고 있었다.
그래서 성북동 회장님이나 사모님 등을 연기 해 본 연기자를 섭외하기 시작했다.
영상을 보면 " 아! 나 저사람 어딘가에서 본 적 있어" 하는 소리가 나올 정도의
이시대의 구면을 찾아 나섰다.
그게 우리가 지역을 보는 방식이고 그들을 통해 우리는 우리 주변의 일상을 투영한다.
배우들에게는 자신이 생각하는, 연기해 본 성북동의 이미지를 미리 여쭈어 보아 나온 캐릭터들을 연결 시켰다.
그렇게 완성된 작품이다.
각자의 성북동을 연기하는 부분,
일상을 연기하는 것 또한 연기였음을 보여주는 연기자들,
그렇게 성북동의 집은 거짓말처럼 채워져서 현실로 비워진다.
끝.
# 성북구 성북동 작업에 관해 나 대신 프리젠테이션 할 동덕여대 학생분을 위해 쓰다보니
헛소리가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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