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1월 24일 목요일

악의 꽃

악의 꽃
Les Fleurs du Mal
우울과 이상
Spleen et Idéal
II. 알바트로스
뱃사람들은 종종 재미로
바다의 거대한 새, 알바트로스를 잡는다.
배는 비통한 구덩이 위로 미끌어져가고
쓸모 없는 항해의 길동무도 배와 함께 간다.
뱃사람들은 그들을 판자 위에 올려놓고,
창공의 왕들은 서툴고 수치스럽게
거대한 흰 날개를 애처롭게 질질 끈다.
날개 달린 여행자, 못나고 약해졌구나!
한때 아름답던 그, 이제는 우스꽝스럽고 추하다!
누군가 곰방대로 그 부리 위를 두드리고,
다른 누군가, 한때 날아다녔던 절름발이를 흉내낸다!
시인은 구름들 사이의 군주와도 같아
폭풍속에 도사리고, 활잡이들을 비웃는다;
조롱의 한 가운데, 이 땅으로 추방되었으니,
거인의 날개 때문에 걷지를 못한다.




악의 꽃
Les Fleurs du Mal
우울과 이상
Spleen et Idéal
IX. 나쁜 사제
과거의 수도원들은 그 높은 벽에다가
성스러운 진리를 새겨놓아
성스러운 마음들을 기쁘게 하고
그들의 냉혹한 차가움을 누그러뜨렸다.
그리스도의 씨뿌림이 성행하던 시기
오늘날 더는 인용되지 않는 유명한 사제들이
묘지를 아틀리에로 삼아
무지 속에서 죽음을 찬송하였다.
—나쁜 수도사여, 나의 영혼은 영원토록 방황하고
그 안에서 살아가는 무덤이니,
무엇도 불쾌한 수도원의 벽을 장식하지 못하리.
오 게으른 사제여! 언제야 나는 슬픈 비참함으로
살아있는 장관을 만드는 법을 배우게 될 것인가
내 손의 일과 내 눈의 사랑을?


악의 꽃
Les Fleurs du Mal
우울과 이상
Spleen et Idéal
V. 난 그 벌거벗은 나날의 기억을 즐기지
난 그 벌거벗은 나날의의 기억을 즐기지,
포이보스1가 동상들을 가꾸며 즐거워하던.
그리고 남자와 여자는 몸놀림도 가볍게
거짓도 걱정도 없이 즐거워했지,
그리고, 사랑 가득한 하늘은 그들의 등뼈를 아루만지고,
그들의 고귀한 기계에 건강을 불어넣었지.
그리고 퀴벨레2는 그 자식들이 살찌지 않은 것을 보고
자비로운 작물들을 풍부하게 베풀었지,
함께하는 고운 마음을 지닌 암늑대는
그 갈색 젖꼭지로부터 세계를 먹였지.
고귀하며 굳세고 강한 사람은 그를 왕으로 추대한
아름다운 것들에 둘러싸여 자랑스러워했지;
모욕과 오점으로부터 순결한 과실은,
그 부드럽고 단단한 살결로 입맞춤을 불렀으니!
오늘날의 시인은, 그가 보고자 할 때면,
남자와 여자의 알몸이 드러나는 장소에서,
그 원래의 웅장함을 보곤 하지,
어두운 냉기가 그의 영혼을 감싸는,
두려움으로 가득한 검은 판의 앞에서.
아, 옷을 달라고 외치는 괴물들이여!
아, 우스꽝스러운 바지와 가면이 어울리는 옷들이여!
아, 비틀어지고 깡마르고 비대하고 늘어진 불쌍한 육체여,
가차없고 고요하신 쓸모의 신께서,
아이들을 청동 강보로 감아두셨네!
그리고 그대, 여자여, 아아! 양초와 같이 창백하네,
녹슬어 가면서도 죄는 자라네, 그리고 그대, 처녀여,
어머니의 죄와, 유용성의 추악함은
우리가 이어받는 유산인 것이다!
타락한 자들아, 우리가 고대인들이 알지 못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음은 사실이다:
고뇌의 가슴으로 인해 부식되어버린 얼굴과,
피로의 아름다움이라고 불리는 것 말이다:
그러나 우리 무사들의 때늦은 발명들도
젊음에 크나큰 경의를 표하게 될
병든 자들의 도래를 막지는 못하겠지,
— 젊음의 건강에, 간소한 분위기에, 부드러운 얼굴에,
흐르는 물처럼 맑고 깨끗한 눈에,
그리고 거리낄 것 없이 퍼져나가는
하늘의 푸름과 같은, 새와 꽃과 같은,
그 향과 노래와 부드러운 냄새에!
역주:
    1.    포이보스(Phoebus): 아폴론, 그리스 신화의 태양의 신
    2.    퀴벨레(Κυβέλη): 아나톨리아, 현재 터키의 비옥한 대지, 동굴과 산, 성벽과 요새, 야생동물들의 여신. 후에 그리스 신화에 편입되었고, 로마에서는 마그나 마테르 데오룸 이다이아, "이다 산의 위대한 신들의 어머니"라고 불렸다.
    3.   



악의 꽃
Les Fleurs du Mal
우울과 이상
Spleen et Idéal
III. 비상
연못들 위에, 계곡들을 넘어,
산, 숲, 구름과 바다를 넘어,
태양을 넘어, 에테르를 넘어,
별들의 권역1의 한계를 넘어,
그대가 능숙히 어루만지는 내 영혼,
그리고, 물결 속에서 황홀해지는 수영선수처럼,
그대는 깊고 넓은 고랑을 파지
말할 수 없을 만큼 남성적인 기쁨과 함께.
그대여, 이 어두운 독기로부터 멀리 날아가,
높은 공기 속에서 그대 스스로를 깨끗이 하고,
저 빛나는 공간을 채우는 정화의 불을
순수하고 신성한 음료처럼 마셔요.
지겨움과 크나큰 슬픔의 뒤
이 안개 같은 존재 위에 짐을 지우네,
행복한 자는 강인한 날개를 지닌 자,
빛나고 고요한 평원으로 날갯짓한다.
생각하는 자들은, 종달새처럼
아침에 자유롭게 하늘을 향해 날아오르고
— 삶의 위를 날며, 꽃과 말하지 않는 것들의 말을
힘들이지 않고 이해한다.
역주:
    1.    별들의 권역(les sphères étoilées): 근대 이전의 천문학/점성학에서는 우주를 지구를 중심으로 거대한 구가 둘러싸 있으며, 별들은 이 구의 안쪽에 달려 있는 것으로 이해했다. 본문에서 사용된 의미는 현대적으로 바꾸면 "우주의 끝을 넘어" 정도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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